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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은 날카로운 강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꽤나 쌀쌀했다. 런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하지만 건물 안은 달랐다. 멋지게 수염을 기른, 여기에 어깨까지 딱 벌어진, 한 남자의 사랑 고백으로 온통 훈내가 진동했다. 프랑스 억양의 영어를 쓰며 훈훈하게 만든 그 인물은 바로 올리비에 지루(아스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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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영국 런던 동부 카나리워프 인근 웨스트페리의 한 건물. '더 포지(the forge)'라는 이름의 이 건물에는 주포 지루가 있었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푸마'가 '에버파워 비고르1'을 공개하는 현장이었다. 녹색의 축구화를 신고나온 지루는 행사 내내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대상은 바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 그가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와 함께 많은 것을 일궈내고 싶다." (올리비에 지루, 2017년 1월 16일)

 

갑작스러운 '벵비어천가'였다. 취재진들은 지루의 '벵비어천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받아적기 바빴다. 올 시즌 지루와 벵거 감독이 벌인 '밀고 당기기' 스토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벵비어천가'가 나오기까지 치열했던 '밀당'을 짚어봤다.

 

 

▶밀당의 시작.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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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올 시즌 시작 전 지루와 벵거 감독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시작은 여름 이적 시장이었다. 이 시기에는 온갖 루머가 횡행하는 법이다. 그 루머들 가운데 하나. 파급력이 컸다. 등장 인물은 지루와 벵거 그리고 곤살로 이과인이었다.

 

'아스널이 나폴리의 공격수 이과인을 노리고 있다. 이적료 4200만파운드(당시 637억원)에 지루를 얹어줄 것이다.' (2016년 7월 12일. 이탈리아 지안루카 디마르지오)

 

신빙성은 있었다. 아스널은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정통 공격수 영입에 힘을 쏟았다. 지루로는 부족했다. 2015~2016시즌 지루는 리그에서 16골, FA컵에서 3골,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넣었다. 총 24골로 팀내 최다득점자가 됐다. 문제는 실속. 2016년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2016년 1월 14일 리버풀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뒤 리그에서 15경기 동안 골이 없었다. 리버풀전 이후 리그골은 5월 8일 37라운드 맨시티전이었다. 4개월 가까이 주포가 리그에서 침묵했다. 아스널은 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져갔다. 때마침 토트넘의 부진이 겹치면서 아스널은 리그 2위로 시즌은 마쳤다. 최전방 정통 공격수에 대한 고민은 커져만 갔다.

아스널의 첫 타깃은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였다. 바디 본인이 아스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바디가 레스터시티에 남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7월 19일)

 

벵거 감독은 다음 타킷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유로 2016에서 지루는 맹활약했다. 3골을 넣으며 프랑스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의 연계 플레이도 좋았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지루는 침묵했다. 벵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과인이 급부상했다. 이번에는 놓칠 수 없었다.2013년 벵거 감독은 이과인 영입을 고려했다. 당시 이과인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리가 없었다. 벵거 감독은 2500만파운드의 이적료에 고민했다. 결국 나폴리가 이과인을 채갔다. 이번은 달랐다. 이적료에 지루를 껴준다는 구체적 조건까지 나왔다. 지루도 이 상황에 대해 한 마디 했다. 에이전트를 통해서였다.

 

"올리비에는 나폴리로 가는 것에 그 어떠한 거부감도 없다. 나폴리는 훌륭한 구단이자 도시다." (미카엘 마누엘로(지루 에이전트), 2016년 7월 13일)

 

즉각 입장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자존심에 금이 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여기서 벵거 감독이 한 마디 했다.

 

"적절한 선수가 있다면 큰 돈(Big Money)을 쓸 예정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7월 23일)

 

이과인 영입. 동시에 지루 이적은 가시화되는 듯 했다. 그렇게 지루와 벵거 감독의 사이는 멀어져갔다.

 

▶급반전


나폴리도 아스널이 제시한 조건에 어느 정도 흥미를 보였다. 나폴리는 이과인의 바이아웃으로 9400만유로(당시 약 1177억원)를 책정했다. 아스널이 제안한 이적료는 반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루를 끼워주겠다는 말에 솔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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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급반전했다. 유벤투스가 끼어들었다. 당초 유벤투스는 이과인 쟁탈전에서 떨어져 나갔다. 나폴리도 같은 리그에 있는 유벤투스에 주포를 파는 걸 꺼려했다. 쥐세페 마로타 유벤투스 단장은 "이과인 영입을 위해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랬던 유벤투스가 갑자기 발빠르게 움직였다. 벵거 감독이 이과인 영입을 암시한 나흘 후인 7월 27일 홈페이지에 오피셜을 하나 올렸다. 이과인 영입. 이적료는 9000만유로. 나폴리가 요구한 바이아웃에 470만유로 적은 금액이었다.  

 

아스널의 라이벌 맨유가 뒤에 있었다. 맨유는 유벤투스에 폴 포그바 영입을 공식 제안했다. 유벤투스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적료는 8900만파운드. 유로로는 1억유로 남짓. 유벤투스가 이과인을 영입하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유벤투스는 포그바 판매를 기정사실화한 뒤 이과인을 영입했다. 그리고 8월 9일 맨유는 포그바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스널은 그저 이 상황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스널은 부랴부랴 대체자원을 찾았다. 벵거 감독이 원하는 스트라이커 자원은 시장에 별로 없었다. 그나마 이적 시장 막판 데포르티보에서 루카스 페레스를 데려온 것이 그나마 수확이었다. 이적 시장은 실패였다.

 

 

"올 여름은 가장 쉬운 이적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선수는 분명했다. 하지만 실제 영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8월 26일)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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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루와 벵거 감독은 또 다시 한 시즌을 함께 하게 됐다. 어색한 재결합이었다. 처음부터 어긋났다. 8월 14일 리버풀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지루를 제외했다. 물론 지루만 콕 찝어 뺀 것은 아니다. 메수트 외질, 로랑 코시엘니도 함께였다. 유로 2016 여파 때문이었다. 외질은 독일 소속으로 4강까지, 지루와 코시엘니는 결승까지 치렀다. 예고된 결장이기는 했다.

 

"지루와 코시엘니는 휴식이 필요하다. 긴 휴가를 줬다. 유로 대회의 피로를 회복해야 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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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의 시작이었다. 지루가 없는 사이 벵거 감독은 '지루 없는' 전술을 만들었다. 산체스 제로톱이었다. 적중했다. 산체스는 최전방에서도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아스널의 공격력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루에게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리버풀과의 1라운드를 거른 뒤 레스터시티전에서 팀에 복귀했다. 주전 원톱은 산체스의 차지였다. 산체스의 공격력이 폭발했다. 여기에 지루는 부상까지 겹쳤다. 지루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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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는 참고 견뎠다.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다. 골을 넣는 것이었다. 10월 28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복귀했다. 후반 24분 교체투입된 뒤 2골을 몰아쳤다. 이후 슈퍼서브로 나섰다. 루도고레츠와의 UCL경기, 맨유전에서 서브로 들어가 득점포를 가동했다. 서브로 나서서 4골을 몰아치며 골잡이 본능을 번뜩였다.  

 

찬사가 쏟아졌다. 티에리 앙리는 "교체 출전으로 골을 집어넣고 있는 지루는 흡사 올레 군나르 솔샤르, 테디 셰링엄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어느 팀이든 교체로 나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선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지루는 갈증을 느꼈다. 선발 출전에 대한 갈증이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내가 해야할 일에만 집중할 것이다." (올리비에 지루, 2016년 11월 19일)



벵거 감독도 화답했다. 충분히 밀어냈으니 당기기에 들어갔다.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산체스의 부담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현실도 존재하고 있었다.

 

 

"지루는 영원히 벤치에 있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선발로 활약할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11월 23일)

 

 

 

그렇게 지루와 벵거 감독은 조금씩 서로를 끌어당겼다. 조금씩 접점을 찾아나갔다. 벵거 감독으로서는 팀의 변화가 절실했다. 상대 팀들은 산체스 제로톱에 대해 적응해나갔다. 지루의 존재가 필요했다. 지루 역시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냈다. 12월이 변곡점이었다. 아스널은 에버턴, 맨시티에게 연속으로 줬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12월 26일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지루를 선발로 내세웠다. 지루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스널도 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루의 활약에 벵거 감독도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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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와 나는 솔직한 사이다. 그를 존중한다. 지루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지루는 매 경기 나설 수는 없다. 그게 동기 부여를 하게 한다. 축구 선수라면 당연히 일의 일부분이다. 선택받았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선발 출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골로 지루가 주전을 확보했다고는 할 수 없다. 주전 자리는 시즌 티켓처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올리비에는 오늘 잘해줬다. 언제나 경기에 들어서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대단한 정신력과 실력을 갖췄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6년 12월 26일)



▶스콜피온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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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는 웨스트브로미치전 이후 열린 4경기(FA컵 포함)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모두 골을 뽑아냈다. 웨스트브로미치전 골까지 합쳐서 5경기 연속골이었다. 지루는 골로서 자신의 주전 자리를 찾아왔다.

일련의 과정 중 지루를 대표할만한 환상골도 터졌다.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나온 스콜피온킥골이었다. '지루 부활의 상징이' 됐다.

 

 

"내가 넣은 골 중 최고다. 몸균형이 잘 잡힌 상태에서 때린 슛이 아니었다. 하지만 골이 들어가는 순간 대단한 느낌을 받았다. 나와 팀에 도움이 되는 골을 넣게 돼 기쁘다." (올리비에 지루, 2017년 1월 2일)




벵거 감독도 지루의 스콜피온킥골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이라고 평했다.


"훈련으로 만들 수 있는 골이 아니다.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대단한 움직임이었다. 골잡이라면 몸의 어떠한 부분을 사용해서라도 골을 넣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올리비에는 그런 반사 신경을 가졌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골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놀라움과 그 순간의 아름다움 효과적인 동작과 골대로 들어가는 볼. 골에 대한 모든 요소가 다 있는 예술이었다. 이제 그 골은'지루의 골'로 기억될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7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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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의 승리였다. 긍정의 힘으로 어려운 시간을 이겨냈다.

 

 "나는 세네 살에 공을 차기 시작했다. 축구는 내 모든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올리비에 지루, 2017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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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 감독도 지루를 인정했다. 그리고는 재계약으로 화답했다. 동시에 찬사를 남겼다. 밀당의 결론은 해피엔딩이었다.

 

 

"지루는 처음봤을 때보다 좀 더 완벽한 선수가 됐다. 기술적으로 발전했고 그 누구도 가지지 않은 퀄러티를 가졌다. 동시에 파이터다." (아르센 벵거 감독, 2017년 1월 13일)


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545&aid=0000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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