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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은 아프리카네이션스컵(AFCON) 에 불만이 많다.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기간에 선수들을 내줘야 하니까. 물론 선수들 마음은 다르다. 기막힌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참가하는 건 일종의 특권이다. 기이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AFCON의 비사를 소개한다.


#1 의료카트에 치인 축구선수
2015년 AFCON 8강전. 콩고민주공화국과 아마도 덜 민주적일 콩고공화국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고 막 후반전이 시작된 시점. 콩고민주공화국의 가브리엘 자쿠아니가 쓰러졌다. 그라운드에 들것이 들어왔다. 그리고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수비수를 실어 날라야 했던 의료카트가 그의 팔을 짓밟고 지나갔다. 다친 선수가 의료카트에 치이다니!

목숨에 위협을 느낀 탓일까. 선수들은 미친 듯 뛰었다. 골 폭죽이 터졌다. 콩고민주공화국은 0-2까지 뒤졌지만, 끝내 4-2로 역전승했다. 이런 종류의 일들이 “아프리카에서만 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기대할 수 없는 무언가를 기대하기에 AFCON이 최고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2017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2 들어는 봤나, 두 경기 짜리 대회
1957년 2월은 지금과 아주 다른 시절이었다. 당시 AFCON은 총 2경기를 치르는 대회였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 가입한 나라도 4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중 하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건 엄청난 비보였다. 남아공 불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인종 차별 정책으로 대표팀에 백인들만 선발되면서 CAF가 대회 참가를 막았다는 게 첫 번째. 아니면 수에즈 위기 여파에 휩싸인 북부 아프리카 방문을 남아공이 주저했거나. 어느 쪽을 믿을지는 독자의 선택이다.

결국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개최국 수단만의 잔치가 벌어졌다. 에티오피아가 리그 방식 대신 한 팀의 부전승 결승 진출을 주장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집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수단을 2-1, 에티오피아를 4-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대회가 최초의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이었다.

#3 볼턴>>>>>AFCON, 인정?
1957년 열린 최초의 AFCON을 놓쳤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년 뒤의 대회를 기약했고 출전 준비도 마쳤다. 그러나 그들은 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 또다시 “팀을 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볼턴 원더러스가 온다는 이유였다.

남아공은 이 바보짓으로 CAF에서 쫓겨났다. 이후 FIFA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 남아공이 부상 중이던 볼턴의 전설 내트 로프트하우스를 간단히 요리하며 선수 생명을 끝내버리는 동안 이집트가 다시 세 팀이 참가한 AFCON 정상에 올랐다. 정확히는 잠시 존재했던 이집트와 시리아의 연합국 통일아랍공화국(United Arab Republic)이었다. 남아공 여행 평점? 5점 만점에 0점.

#4 이집트, ‘속죄제로 어린 양을 보내오니…’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알제리에서 AFCON이 열렸다. ‘파라오(이집트 별명)’는 개최국과 같은 조에 속했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집트는 막 고약한 플레이오프에서 알제리의 3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로막은 터였다.


여기서 ‘고약하다’는 말은 ‘입장 통로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서포터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판정 시비가 벌어지고, 급기야는 알제리 선수 하나가 깨진 병으로 이집트 팀 닥터의 눈을 멀게 해서 이후 20년간 인터폴에 쫓기게 된다’는 뜻이다. 흔한 일 아닌가.

그라운드 밖에서의 거센 반발과 월드컵 출전을 위협하는 반칙을 다수 겪은 이집트는 AFCON 불참을 고려했다. 마지막에는 아주 비겁한 방법을 택했다. B팀을 전장에 대신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집트 리저브팀은 모든 경기에서 패했다. 알제리는 최초로 조국에서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을 들어 올린 팀이 됐다. 이탈리아행 무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5 마지막까지 최악을 다합니다
AFCON에서는 종종,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 아쉽지만,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결승전이 펼쳐진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열린 6번의 결승전에서는 10.5시간 동안 3골이 터졌다. 지난 16번의 결승전에서 두 골 이상을 터트린 팀이 하나도 없다.

지루한 축구의 최고봉은 코트디부아다. 1992년 왕좌에 등극했다. ‘코끼리들(코트디부아르 별명)’은 결승에 오르기 전 4경기에서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남다름을 보였다. 4강에서는 연장 끝에 잠비아를 1-0으로 꺾었다. 결승에서는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주술사들이 대표팀을 도왔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후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10년이 지나서야 2,000달러와 술 한 병으로 그들을 달랬다. 승부차기에서는24명의 선수가 출동했다. 코트디부아르가 가나를 11-10으로 꺾었다. 주요 국제대회 결승에서 모든 선수가 승부차기를 찬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2015년에도 이 마법과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두 팀이 다시 결승에서 만났다. 역시 0-0으로 경기를 마쳤다. 또 모든 선수가 승부차기에 나섰다. 결국 가나가 8-9로 패했고 감독 아브람 그랜트는 4번의 주요 대회 결승전에서 4번 모두 패하는 기록을 썼다. 그중 2경기는 승부차기 끝에, 1경기는 연장전 끝에 패했다.
상대팀 감독이 이미 저주를 받은 사람인데 무슨 주술사가 필요하겠나?

#6 어디, 뛰고 싶은 팀 없나?
AFCON에서는 지금도 심심찮게 ‘중도포기’를 목격한다. 경기 중에 그라운드를 박차고 나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는 이번 대회 예선에 참가하지 않았고, 차드는 예산 부족으로 도중에 포기했다. 차드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니 이해할 만하지만, 그들은 불과 다섯 달 후에 프랑스 1부리그의 메스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순간은 1996년 AFCON을 준비하는 과정에 찾아왔다. 예선을 시작할 때는 43개였던 참가팀이 예선이 끝날 때는 30개로 줄었다. 베냉과 스와질란드, 적도기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세이셸, 카보베르데는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그만두었다. 남아공은 대회 유치에 실패하자 아예 불참했다. 케냐도 같은 경우였다. 감비아와 니제르, 레소토, 기니비사우, 마다가스카르는 본선에 진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발을 뺐다.

대회 개막일에는 나이지리아 불참 소식일이 들려왔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예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지만, 자국 통치자와 개최국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정치적 갈등을 빚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미드필더 선데이 올리세는 이후 “우리나라에는 군부정권이 있었다”며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빈 자리를 제의받은 기니까지 거절하면서, 대회는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 됐다.

#7 사칙연산이 어려운 심판
심판으로 서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시계 한두 개만 있으면 90분은 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걸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3년 AFCON 조별리그에서 토고와 알제리가 맞붙었다. 토고가 1-0으로 앞서나가는 중에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골이 나왔다. 야단법석이 벌어졌다. 경기는 13분간 중단됐다. 상황이 정리되자 정신이 없던 마다가스카르 출신 주심 하마다 남피안드라자는 경기가 13분 남았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사실 정규시간은 3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원래 사칙연산이 쉬운 게 아니지, 안 그런가?

어리둥절해진 양 팀은 약 15분을 더 뛰었다. 알제리는 주심의 계산 착오를 활용하지 못했다. 토고가 한 골을 보태며 2-0 승리를 거머쥐었다. 확실히 시간은 그들의 편이었다.


#8 비키라구
축구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밀쳐 눕힐 수 있는 목표물은 적지 않다. 상대 선수는 물론이고 마스코트, 폴 알콕(은퇴한 영국의 유명 심판)도 있다. 들것을 운반하는 의료요원들은 예외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틀렸다.

적어도 수비수 안드레 바이키는 달랐다. 카메룬이 가나와 맞붙었던 2008년 준결승전. 추가시간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한 의료요원이 리고베르 송을 돌보기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그러자 바이키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불쌍한 남자는 억지로 ‘잔디 향’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바이키는 자신의 팀이 승리로 경기를 마치기 몇 분 전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결승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유도 모르고 당한 의료요원 사무엘 아시아는 “바이키는 내가 가나의 서포터고,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끄는 선수를 끌어내려 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궁금해했다. 친구, 그냥 당신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어.

#9 폭동과 최루가스, 헬리콥터
2015년에는 적도기니가 3년 사이 두 번째로 AFCON을 개최했다. 물기를 머금은 그라운드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개최국이 0-3으로 패한 준결승전. 홈 관중들이 가나 선수들과 팬들을 공격했다. 황급히 경기장을 떠났던 선수들이 폭동 진압용 방패의 도움을 받고 그라운드에 다시 들어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폭력적인 관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낮게 나는 헬리콥터가 동원됐다. 장내 방송은 “창피한 줄 알라!”고 부르짖었다. “이 말썽꾼들아, 나라를 생각해라!” 30분간 중지되었던 경기는 관중석이 텅 빈 후 재개되어 85분 만에 끝났다.

#10 분노의 나이지리아, 분노의 탈락
2011년, 나이지리아는 예선에서 ‘이번에는’ 주심의 도움을 받지 않은 기니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애초 나이지리아는 2012 AFCON 예선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남아공월드컵에서의 부진에 화가 난 대통령 굿럭 조나단이 2년간 대표팀의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사실 대표팀 전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야쿠부의 죄가 컸는데 말이다).

FIFA는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도록 압박했다. 나이지리아는 무난해 보이는 조의 시드를 받았지만, 다시 한 번 모든 걸 망쳐버렸다. 마지막 예선 경기에서 막판까지 2-1로 앞서던 나이지리아는 그대로 기니를 꺾을 듯했다. 그러나 그때, 기니의 동점골이 터졌다. 유명목사 TB 조슈아가 나이지리아의 실패를 얘언했기 때문일까. “목사의 예측은 실제로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최소한 피터 오뎀윈지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11 미신이 판치는 곳
나이지리아에만 별난 비관론자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포포투>는 축구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종교적인 의식이나 미신적인 행위를 벌이는 걸 옹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폄하하지도 않는다. 효과가 있건없건 말이다.

그리고 AFCON은 부적부터 저주, 주술사, 살아있는 동물, 죽은 동물, 전통의학, 흑주술, 마법의 묘약까지 안 나온 게 없는 무대다. 주술(Juju)은 이제 거의 등장하지 않고 사실 아프리카에 국한된 도구라 보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새를 꽉 움켜진 채 행운을 비는 이상한 팬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12 우연이야, 계략이야?
2008년 대회 예선의 한 경기는 조기축구에나 어울릴 법한 이유로 취소됐다. 심판이 없었다. 그들의 일을 대신해주겠다는 호사가도 없었다. CAF는 레소토와 우간다의 경기를 연기했다. 본선 진출 가능성을 살려두려면 양 팀 모두 승리가 필요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은 순수한 무능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악한 계략이 있었던 걸까. 탄자니아인 심판들은 경기 전날에야 자신들이 오후 3시에는 레소토에 떨어지는 비행기를 예약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저녁에야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조명 설비를 시험하지 않았던 탓에 저녁 경기도 할 수 없었다. 레소토는 대신 가까운 남아공에서 심판을 불러오자고 제의했다. 우간다는 상대가 “악의 세력”(dark forces)을 이용하려 한다고 반대했다. 며칠 뒤 주심과 부심이 제대로 참가한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얼마 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잠비아와 코모로의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던 에리트레아인 심판들이 심지어 아프리카도 아닌 두바이에서 발이 묶여 경기가 연기된 것이다. 당황스럽네.



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411&aid=000000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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