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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EPL 에버턴-맨시티戰에는 특별한 손님이 경기장을 찾았다. 두 팀이 아닌,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은 꼬마 한 명이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 위에 등장한 것이다. 경기 직전 선수들이 입장할 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꼬마의 정체는, 이날 특별 마스코트로 선정된 브래들리 로워리였다. 

GettyImages-603217468.png선덜랜드 팬, 브래들리의 안타까운 사연

 

이제 우리 나이로 6살이 된 브래들리는 4년 전인 지난 2013년 1월 희귀암 판정을 받았다. 브래들리가 앓는 전신성 신경아세포종(neuroblastoma)은 완치율과 생존율이 모두 극히 낮은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아주 어릴 때부터 병마와 싸워왔던 브래들리는, 한때 완치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암이 재발했고 얼마 뒤 말기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브래들리가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면 영국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야만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엄청난 비용이었다. 비현실적인 벽 앞에 절망에 빠졌던 브래들리의 가족과 지인들은 브래들리를 위해 모금을 추진했다. 그러나, 치료에 필요한 70만 파운드(약 10억원)를 모금하겠다는 생각은, 시작 당시만해도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년 1월 시작된 모금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이미 목표액을 넘어섰다.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기적의 시작은 축구장에서부터였다. 선덜랜드 팬인 브래들리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선덜랜드 구단과 팬들이 나섰다. (브래들리는 선덜랜드와 미들즈브러 중간 위치인 하틀풀 태생이다.) 선덜랜드는 작년 9월 12일 에버턴과의 EPL 홈 경기에 브래들리를 초청했다. 이날 특별 마스코트로 위촉된 브래들리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저메인 데포의 손을 잡고 앞장 서서 입장한 뒤 상대팀 에버턴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투병 중인 쇠약한 아이의 얼굴엔 입장 내내 미소가 번졌다. 

선덜랜드 팬에서, EPL 모두의 아이로 

 

이 시합을 계기로 브래들리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그를 도우려는 모금의 열기도 EPL 전체로 번졌다.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이 시합의 상대팀이었던 에버턴이었다. 에버턴은 브래들리를 위해 무려 20만 파운드를 쾌척했다. 에버턴 팬들도 브래들리 모금 사이트로 달려가 '에버턴 팬'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익명) 기부 릴레이를 펼쳤다. 스완지 시티는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 때 경기 시작 5분(브래들리의 영국 나이)이 되자 전광판에 브래들리 응원 메세지를 띄웠다. 경기장의 모든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이번엔 레전드 선수들이 SNS를 통해 앞장섰다. 앨런 시어러, 로비 파울러, 존 테리 등 EPL을 대표하는 전현직 레전드들이 브래들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와 기부를 하자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마침내 크리스마스가 왔고, 브래들리는 영국 전역에서 무려 11,000장이 넘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이후로도 선덜랜드 원정을 떠나는 팀들에게 '브래들리 챙기기'는 아예 정례 이벤트가 됐다. 브래들리가 경기장에 방문할 때면, 원정팀 서포터들은 브래들리 응원 메세지를 적은 현수막을 챙긴다. 선수단 역시 브래들리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앞다퉈 온정을 보였다. 지난 달 14일, 선덜랜드 원정 경기를 온 첼시 선수들 역시 브래들리와 함께 다정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 날은 여러모로 의미가 더 깊은 날이기도 했다. 이날 브래들리는 EPL (비공식) 데뷔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선덜랜드의 무실점 패배(0-1)였지만, 브래들리의 골은 하프타임에 열린 특별 이벤트에서 나왔다. 브래들리가 PK로 골을 성공시키자 경기장은 박수로 가득찼다. 

브래들리의 골에 감동한 것은 경기장 안에 있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기막힌 '전갈슛'골로 '12월의 골' 상을 받은 맨유의 공격수 미키타리안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인터뷰에서 "이달의 골 트로피를 브래들리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브래들리의 골은 모두를 감동시켰다. 

 

브래들리를 향한 축구계의 마음은 적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을 넣을 때 브래들리가 입은 선덜랜드 유니폼 등에는 "뉴캐슬로부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선덜랜드 최대 라이벌인 뉴캐슬에서 선물한 선덜랜드 유니폼이었다. 2부리그로 강등된 뉴캐슬 팬들은 경기 도중 브래들리 쾌유 기원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브래들리를 위해, 경쟁과 구원을 떠나 감동적인 화합의 장이 열린 것이다.  


'말기암' 브래들리와 에버턴의 우정

 

지난 달, 브래들리의 부모는 의사로부터 브래들리의 수명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다. 에버턴은 지난 주말 맨시티전에 브래들리 가족을 초청했다. 언제나처럼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브래들리는 초췌한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에버턴 공격수 루카쿠와 함께 그라운드에 올랐다. 브래들리의 선덜랜드 유니폼 뒷면에는 "고마워요 에버턴(THANK YOU EVERTON)"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목표한 모금액수를 넘어서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에버턴을 향한 사례였다. 구디슨 파크에 모인 에버턴 팬들은 열렬한 박수와 각종 현수막으로 브래들리를 웅원했다. "브레이브(용감한) 브래들리야, 꼭 낫길 바래!" 

브래들리의 힘이었을까. 이날 에버턴은 맨시티를 무려 4-0으로 격파했다. 상대팀 감독인 과르디올라에게는 끔찍한 결과였다. 하지만 늘 냉정해보이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경기에서 가슴 따뜻한 추억도 남겼다. 경기 전 브래들리를 따로 찾아 선수단 전원이 싸인이 담긴 유니폼을 건넨 뒤 한 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다. EPL의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브래들리의 힘, 'EPL의 아이'는 그렇게 축구장을 하나로 만들고 있었다. 

 

브래들리는 이번 주 미국으로 건너간다. 수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어느덧 100만 파운드 가량 모금된 치료비와 그들의 사랑이 그의 치료를 도울 것이다. 브래들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오직 하늘만이 알 것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건, 많은 사람들이 'EPL의 아이'가 새 생명을 얻게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만으로도 우리는 브래들리에게 '기적'이란 표현을 붙일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대로 기적이 멈추길 원치 않는다. 브래들리가 희귀암에서 완쾌해 건강한 얼굴로 선덜랜드 홈 구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그렇게 EPL의 기적이 완성되어 브래들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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